2012년 11월 8일 목요일

한라산에 다녀오다.

2012.11.7 ~ 8일 양일간 제주도에 여행을 다녀왔다.
우연잖게 회사에서 항공권을 받게 되었고 바쁜 일정으로 가지 못한 여름 휴가를 간 것이다.

7일 오전 7시 5분 대한항공 비행기편으로 제주로 날아갔다.
공항에서 시외버스 터미널로 택시를 타고 가는 중에 택시 기사가 '지금 시외버스를 타고 가면 성판악에서 정상까지 갈 수 없다.
한라산 관리자들이 통제한다' 라는 소리를 들었다.

9시가 채 안된 시각. 택시로 가려하다 그럼 올라갈 만큼만 갔다 가지 뭐 하는 생각에 시외버스를 탔다.
성판악 입구에 내려 아메리카노 커피한잔과 김밥 두줄을 샀다.
가게 아주머니가 시간 없으니 서두르라고 했다.

해발 1,000미터 부터 기억이 남는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 해발 100미터를 통과하는데 30분이상이 걸리는 느낌 이었다.
산이 가파르지 않고 완만했다.
그러나 거리가 있으니 쉽게 갈 수 없었다.
진달래 대피소까지 12시까지 가야 정상에 갈 수 있는 허락을 받게 된다.
중간 중간 이정표가 있었다.
그때 마다 나의 현 위치는 진달래 대피소하고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포기 할 수 없었다.
9시 45분에 성판악 입구에서 출발하여 간신히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하니 12시 50분, 10분정도 일찍 도착했다.
포기하지 않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200여 미터 앞에서 포기할까 생각 했었다.
어떤 아주머니가 내려가면서 '야, 여기서 부터는 길이 더러버서 내려간데이' 하며 전화 통화를 했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이제부터 힘들어 지는 구나 , 내 체력으로 될까 했었다.

늦은 아침을 먹었다. 두줄 김밥을 꺼내어 허겁지겁 먹고 있는데 관리소에서 방송이 나왔다.
12시에 통제할테니 정상에 올라갈 사람은 올라 가란다.

먹다 만 김밥을 들고 배낭을 메고 오르기 시작했다.
오르면서 커피와 함께 김밥을 먹었다.
오르는 길이 가파라지기 시작했다.
이정표는 정상까지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높은산에서나 볼 수 있는 풍광이 펼쳐졌다.
한라산 정상이 보이는 곳에서는 나무들이 수북한 흰 눈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
어떤 놈은 따스한 태양빛에 녹아 떨어지고 날리고 했다.
연신 사진을 찍었다.

아래에서 올려다 본 한라산 정상은 큰 바위들이 병풍처럼 둘러 처져 있었다.
그 바위들 위쪽하늘에서는 쏟아지듯 흰 구름들이 센 바람에 급하게 넘어오곤 했다.

아래에서 듣기론 1시 30분 이면 정상에서 내려가야 한다고 했다.
거기 또 공무원이 있어 퇴근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몇개인지 모르는 계단을 힘겹게 올라갔다.
드물게 보이던 사람들의 물결들도 제법 물결을 이루었다.
올라가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내려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참 부지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1시 20분. 기적처럼 백록담이 보이는 정상에 우뚝섰다.
백록담이라는 팻말이 반갑다.
다른 사람들 기념 촬영해주고 나도 부탁을 해서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품앗이를 한 것이다.
정상은 추웠다. 바람이 강했고 차가웠다. 장갑을 벗고 있으면 손이 금세 곱았다.

어김없이 관리하시는 분이 내려 가라고 한다.
한라산 정상에서는 계단을 보수 하는지 공사중이다.
까마귀가 많다.
제주시내가 내려다 보이고 방향 감각이 없어서 정확히 어딘지는 모르겠다.
관리하시는 분에게 여쭈었다. '산굼부리 가려면 어디로 가야 되나요? 내려가서 만나는 길이 있나요? '

올라온 곳으로 가면 시외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고 한다.
제주에 오기전에 제주 관광정보 책자에서 간단히 본 기억이 났다.
그런데 한라산을 통해서는 갈 수 없다고 했다.
'산이 이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했다.

올라온 곳으로 내려 가려다가 관음사 방향으로 향했다.
그런 결정을 하고 나서 1분도 되지 않아 참 탁월한 선택했다는 생각을 했다.
성판악코스에서 보지 못한 눈꽃을 품은 풍경이 끝없이 펼쳐졌다.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성판악쪽 코스는 해가 정면으로 들어 눈이 녹았고 관음사쪽은 그늘이라 눈도 녹지 않았고 기온이 매우 낮았다.
연신 카메라를 들이댔다. 내 주관대로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각도를 유지하면서 찍었다.
사진.. 진즉 배워둘걸.
그런데 사진이란 것이 참 배우기 힘들다.
아니 어쩌면 시간도 없고 흥미도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정상에서 관음사까지 8.7킬로미터. 5시간이 소용된다고 쓰여있다.
먹을 것도 다 떨어졌다.
올라오기전 성판악에서 사서 보온병에 담았던 아메리카노가 약간 남아있고 물이 한병 있었다. 눈꽃이 아름다운 지역을 벗어나서 계속 내려가는 길.
뒤돌아 한라산 정상을 보니 빙 둘러싼 바위벽이 아름다워 보였다.
카메라를 줌인해서 찍어도 렌즈가 시원찮아서 잘 찍히지 않았다.

대피소에서 잠시 쉬다가 계속 내려갔다.
계곡이 아름다운 곳도 있었고 계곡이 다른 산에서 볼 수 있는 것 하고는 다른 점이 있었다.
바위 질감이 달라 보였고 사뭇 깊어 보였다.
물이 맑은 곳도 있었지만 붉으스레한 색을 띄는 것도 있었다.
나이드신 아주머니들이 많았다.
전라도 사투리,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
씩씩하게 잘도 내려갔다.

오후 5시 30분경 드디어 관음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배가 고파서 휴게실에 들러 두유 한병 마셨다.

아뿔사, 그런데 이 곳은 대중교통수단이 없었다.
이 곳을 벗어 나려면 오로지 택시를 타야 했다.
관음사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산굼부리로 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물어보니 택시비 25,000원을 요구했다.

산에서 같이 내려온 어떤 사람이 자기랑 같이 시내로 들어가자고 했다.
그러면 택시비를 반반 내면 되지 않냐고 했다.
거래처 조식차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얼마전에 설치해준 프로그램에서 문제가 있는 것 처럼 이야기 했다.
이것 저것 통화하면서 조식에게 확인해달라고 했는데 내 프로그램의 문제는 아닌 듯 했다.
통화하는 중에 시간이 꽤 흘렀다.
벌써 밖은 완전히 어두워 졌고 같이 가자고 했던 사람은 다른 사람과 택시를 타고 이미 떠난 상태였다.
천상 15,000원을 내고 제주시내로 가든가 25,000원을 내고 산굼부리쪽으로 가든가 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깝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혹시나 지금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중에 나와 같이 시내로 갈 사람이 있는가 하고 주차장쪽으로 가는 중에 택시에서 내리는 한쌍의 부부와 마주쳤다.
답답해서 남자에게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그 사람이 아까 관음사쪽으로 내려올 때 사진을 서로 찍어 주었던 것을 기억하고는 반갑게 인사를 했다.

'아까 산에서 사진 찍어 주었잖아요? 잘 내려 오신 건가요?'
'아, 저는 차를 가지고 왔어요. 올라갈 땐 관음사로 부터 출발 했고요. 정상에서 관음사쪽으로 못 내려가게 해서 성판악쪽에 내려서 지금 막 택시타고 이곳에 차를 가지러 온 겁니다'

어째튼 반가웠다.
나는 그들 부부를 기억하지 못해서 미안했지만 그게 인연이 될줄은 몰랐다.

'택시비를 비싸게 불러요. 죄송하지만 버스를 탈 수 있는 곳까지만 태워 주실 수 있나요?'
그 남자는 흔쾌히 태워줬다.
현재 애월에 묵고 있고 어제 내려와서 오늘 한라산에 들렀다가 내일은 우도에 들른 다음 오후에 서울로 간다고 했다.

'제주, 한라산밖에 더 볼게 있나요?'
그 남자의 부인이 반문했다.
속으로 어제 읽은 관광책자에는 볼 것이 많은 곳이던데 했다.

제주 시청쪽으로 가다가 시외버스 정류장 제주대 병원쪽에서 내렸다.
한참을 기다려 시외버스를 타고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대천동으로 가서 숙박을 하고 내일 아침 일찍이 산굼부리를 들를 요량으로 표를 샀다.
7시 28분에 산굼부리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운전기사가 불빛없는 산굼부리에 나를 내려놓고 가버렸다.
한심했다.
산굼부리 전이 교래리 정류장이었다. 한참을 거슬러 걸어 올라갔다.
불빛하나 없는 도로를 걷자니 무섭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했다.
교래리에 도착해서 눈에 보이는 식당 아무데나 들어가서 저녁을 해결하려고 했는데 문앞에서 '끝났어요' 하는 소리를 듣고 발길을 돌렸다.
완전히 지친 상태라 더이상 어딜 갈 수 없었다.
다시 시내로 돌아가는 수 밖에...
한참을 기다리니 시외 버스가 왔다.
시청에서 내렸다. 똑 같은 길을 2번 왔다 갔다 했다. 참 어이 없다.
저녁을 먹을 만한 집이 없었다.
한참을 헤매다 횟집에서 초밥을 먹었다. 배가 너무 고팠다.
하루종일 김밥 두줄, 과자 다섯개, 사탕 네개, 아메리카노 한잔,오뎅 4개(아침), 물한병이 전부 였다.

밥을 먹고 나니 9시가 넘었다. 잘 곳을 찾으러 다니다 예하 게스트 하우스를 발견했다.
아까 탔던 시외버스에서 운전기사가 '여기 내리면 교래리에 게스트 하우스가 있어요. 거기서 주무시면 되요' 했던 말이 생각났다.

6,7층을 사용하고 있었다.
야간 통통한 젊은 친구가 설명해주었다.
2층 침대가 있지만 1인실이 있고 요금은 4만원이라고 했다.
열쇠 보증금으로 1만원으로 받고 내일 오전 11시에 체크아웃 할 때 돌려준다고 했다.
세탁기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탈수기만 얼마를 내야 한다고 했다.
맥주 한병은 무료로 제공한다고 해서 검은맥주 stout을 들고 7층 1인실로 갔다.
다행히도 예약은 안했지만 평일이라 방이 있었다.
방이 깨끗했다.
샤워를 하고 맥주 한병을 마시고 잤다.

다음날 9시에 일어나서 무료로 제공되는 토스트 2개를 해먹고 귤 몇개를 집어먹고 산굼부리로 출발했다.
게스트 하우스에는 국내인만 있는 게 아니라 외국인도 다수 있었다.

잘 모르는 상황에서 한라산을 등반하고 운 좋게도 게스트하우스에 편한 밤을 보낸 잊지못할 추억이 생겼다.